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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날
오기데일리
2024. 3. 15. 15:3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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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 이상하게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거든
누군가랑 같이 늙어간다는거 말이야
물론 멋진 일일거라고 주변사람들에게 말은 했지만
정작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
그냥 혼자가 제일 편하고 좋았어
평생의 신념이 어느 날
우리엄마 말처럼 비오는 날 배추전 뒤집듯이 딱! 뒤집힌거야
마치 한순간에 딱! 바뀐거 같지만 서서히 바꼈겠지
나는 기억나지 않는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말이야
이를테면
12년을 같이 산 강아지가 나이들어 심장병에 걸렸어
새벽에 마치 죽을 것처럼 호흡을 켁켁거리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 괜찮다
중얼거리는데 그 새벽에 너무 무섭고 슬픈거야
그 때 잠깐 생각했어
누가 옆에서 코골며 잠을 자더라도
그냥 누군가 내 옆에 있기만 해도 참 위로가 될텐데라고
강아지와 12년을 살면서 참 행복했거든
강아지가 뭘 해줘서 행복한게 아니고
그냥 그 존재가 참 좋았어
이제 사람한테도 그런거 느껴보고 싶은가봐
그 사람한테 뭔가를 원하는게 아니고
그냥 뚱뚱하고 못생기고 게을러도 그냥 내옆에서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
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누군가말이야
내가 그럴수 있는 사람이기를
내 옆에 존재함만으로 사랑할 줄 아는 그런 큰 사람이기를 소망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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